HISTORICAL CHEF
한 잔에 담은 건 술이 아니라 나의 혼
전통주 무형문화재 -송명섭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조선을 대표하는 3대 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가장 널리 퍼진 술은 평양의 ‘감홍로’로 소주에 단맛 나는 재료를 넣고 홍곡으로 발그레하게 빛을 낸 것입니다. 그다음이 전주의 ‘이강고’로 니맷물과 생강즙으로 꿀을 섞어 빚은 소주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전라도의 ‘죽력고’로 푸른 대나무를 숯불 위에 올려놓아 뽑아낸 액을 섞어서 만들어낸 소주입니다. 전통주 무형문화재인 송명섭 명인은 30년째 죽력고를 빚으며 많은 이들에게 우리의 술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죽력고는 대나무가 많이 나는 전라도에서 이어 내려오던 술로, ‘주(酒)’ 자를 쓰지 않고 ‘고(膏)’ 자를 사용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고’는 한방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로 오랜 시간 달여서 자작하고 진득해진 상태를 일컬으며, 오랜 시간 정성껏 만들어낸 술에게만 칭호가 허락된다. 고급술인 만큼 만드는 방법도 까다롭기 그지없다. 20여 일을 걸쳐 완성한 밑술을 앙금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 후 마디마디 자른 대나무를 넣는 것이 첫단계. 이후 대나무가 담긴 항아리 뚜껑을 아래로 향하게 해 땅속에 뉘인 다음 불을 피우는데 이때 처음에는 콩을 말린 콩대를, 다음에는 왕겨를 섞어서 때야 한다. 항아리 속으로 진한 녹색 대나무 죽력이 흐르면 불기운이 자연스럽게 내려가도록 온도를 은근하게 유지해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죽력을 대나무 잎에 재 놓고 대나무와 솔잎, 숯, 소줏고리를 넣어주면 작업은 마무리된다. “술을 만들 때는 시간과 온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불이 너무 세도 안 되고 불을 너무 오래 때도 안되죠.” 송명섭 명인의 이야기다. 온도 조절을 비롯해 곁에 서서 지켜 보는 마음, 술과의 대화 등 모든 정성이 모여야 조선의 3대 명술인 죽
력고가 탄생될 수 있다.